5반 11번 우 혁 준

처음에 아프면서 입소한 날 어떤 기분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한 달간 공부를 하기 위해서 왔다고는 했지만, ‘어떻게 18년간 살아왔던 습관이 한 달 안에 바뀌겠어.’ 라는 생각으로 그냥 집에서 하지 못 할 공부를 여기서 한다고 생각하면서 보내기로 했다. 당연히 처음엔 집이 아닌 곳에서 일주일 이상 자는 것도 처음이라 어색하고 책상에 평균 8시간 앉아있는 것도 매우 불편하고 집에 있는 가족들과 학교 친구들이 그리웠다.

​처음 내가 일주일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밥이 맛있기 때문이었다. 일주일이 지나고 반 친구들과도 친해지고 과목 선생님들과도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수업 듣는 것도 적응이 되고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이야기 하면서 기분을 풀면서 내가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책상에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원래 방학이라면 항상 늦잠을 자고 시간을 낭비하면서 불규칙적인 생활을 보냈을 것 이지만, 여기 와서 정해진 취침 시간에 맞춰 자고 정해진 기상 시간에 일어나면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이 곳에서 생활하면서 처음으로 시간을 바람직하게 사용해 보았다. 방학을 알차게 보냈다는 생각에 내심 뿌듯하고 안심이 되기도 하지만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나가서도 이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선생님들께서 강조하셨던 것처럼 이 곳에서 1년 동안 이런 생활을 하는 재수생과 경쟁을 해서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재수생들이 이 곳에서 매일 8시간씩 자습을 할 때 나는 학교나 학원을 다니면서 공부를 하고 시간을 내서 공부해야 한다. 또래들과의 경쟁보다 이러한 생활을 하는 재수생들에 대한 부담이 더 커졌다. 처음으로 재수생이 공부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들을 보면서 한 가지 더 느낀 것은 ‘재수는 하지 말자.’ 이다. 1년 동안 이런 생활을 하는 것은 정말 힘들 것 같다. 정시로 갈지 수시로 갈 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본 재수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떠올리고, 재수를 하게 되었을 때 모습을 떠올리며 집에서 딱 1년 죽겠다는 생각으로 공부해야겠다. 각 과목별 선생님들께서 너무 잘 가르쳐 주셨다. 여태까지 내가 점수가 나오지 못한 원인을 파악하게 도와주셨고 항상 모든 과목에서 시간 관리가 문제가 되었는데 선생님들께서 문제 풀이 요령에 대해 가르쳐 주셔서 전에 풀었을 때 보다 정확도와 시간 관리 모두 좋아진 것 같다. 수업도 학생들이 지루해 하지 않게끔 재미있고 우리가 수업 내용을 받아들이는데 어렵지 않게 설명해 주셔서 잘 들었다.

​생활지도 선생님들도 매일 학습에 방해되지 않게 분위기를 잡아주셔서 좋았다. 평소에 생활할 떄는 불만이 많았던 것 같은데 이렇게 쓰다 보니 생각나지 않는다. 아마 사소한 불편함이었던 것 같다. 입소할 때는 절대 갈 것 같지 않던 한 달이 다 지나갔다. 한 달이란 시간은 참 길고도 짧은 것 같다. 무언가에 열중하다보면 금방 가는 것이 한 달 이지만 한 달 안에 많은 것이 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한 달은 긴 시간이다. 이 곳에서 생활한 것처럼 수능까지 남은 10달을 보내면 수능의 결과를 떠나서 더 좋고 가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여기 계신 어떤 선생님의 인생 모토가 ‘어디에서든 그 곳에서 제일 열심히 하자.’ 라고 하셨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 내가 직접 말하지 않아도 주위 사람들이 알아준다고 하셨다.

​실제로 우리도 그 선생님께서 열심히 하시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선생님계서 가르쳐 주신대로 적어도 올해 한 해 만큼은 어디서나 열심히 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곳에 믿고 보내주신 부모님께 정말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집에 가면 꼭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려야겠다. 부모님이 투자하신 것 아깝지 않게 이 곳에서 배운 것을 나가서도 잘 써먹어야겠다. 최선을 다하자! 나는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