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반 5번 김종근

이곳에 첫 발걸음을 내딛은 지 어언 10개월째이다. 사실 처음에는 그저 수준 높고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시작했고, 이것은 모든 N수생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철없는 초기 몇 개월의 걸음마 끝에 뛰는 법을 배웠고, 좀 더 진지하게 수능에 대한 걱정과 더불어 인생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만약 나를 보호해주고 지원해주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지금은 괴롭고 힘든 이 학원에서 이런 생활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스스로 최선을 다하고자 마음먹기까지의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나 또한 초기에는 너무 의연한 재수 생활이었고, 목표를 위해 뚜렷하게 계획을 잡을 때까지 꽤 오래 걸렸다. 어느 순간 ‘내가 왜 이곳에 있는가’라는 질문이 목전까지 다가왔고, 나를 위해 1년 더 지원해 주고 기다려주시는 부모님과 소중한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동안 낭비했던 시간들을 내가 쫓아가기 시작했다.

항상 하기 싫으면 뒷전으로 미루던 것이 떠올랐고 생활을 바꾸어갔다. 무언가를 얻으려면 대가가 필요함을 깨달았고 의무를 다 하지 않은 채 권리만을 찾는 것이 허망함을 알게 되었다. 아마 좀 더 일찍 이런 것들을 깨달았다면 지금 이 고생을 안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날을 후회하면 무엇하나’ 싶어서 눈 딱 감고 뛰어 보기로 했다. 그렇게 무심코 시작한 노력이 성과를 낸 것은 6월부터였다. 아무리 사설은 문제의 질이 좋지 않다 하여도 5월까지의 점수는 형편없었다.

​국어는 수능 때 3등급, 이 학원에서 4등급도 받아 봤고, 영어는 언제나 3등급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목표 대학은 연세대였는데, 아마 높은 꿈을 꾸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목표를 낮추기보다 나를 높여 보자는 마음에 앞만 보고 달린 것이 6월 모의평가에서 1,1,2,3,3 이라는 등급을 가져왔다. 물론 아직 턱없이 부족하지만 국수영만 열심히 했고 성과도 나왔으니 사탐을 잡는 것이 두렵지는 않았다. 그렇게 6월 장학금을 받고 나니 뭔가 다할 수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더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에 아침에는 항상 30분씩 먼저 일어나며 공부하고 쉬는 시간 또한 늘 단어장이나 암기할 것들로 채웠다.

식사시간도 밥만 먹고 공부했으며 자기 전에는 그날 외우지 못한 것을 다시 보고 잤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현실로 느껴졌는데, 9월에 본 평가원 모의고사가 전과목 1등급이 뜬 것이다. 고3 때나 재수 때나 처음 받아 보는 점수였다. 연세대는 정시로 충분히 갈수 있는 점수였다. 나는 오로지 수능만을 보며 달리기 때문에 절대 점수만 보고 안주하지 않고자 했다. 항상 ‘수능 날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과 ‘수능은 반드시 잘 볼 것이다’라는 생각을 적절히 해야 한다.

그리고 6월이 지나니 수업시간에 다른 것을 공부하거나 수업을 빠지는 학생들이 생기는데 이것은 정말 추천하지 않는다. 정말 그 과목이 안정적으로 1등급이 나온다면 모를까 순간의 불안함에 수업을 하나 둘 빠지다 보면 정작 자기 시간을 나태하게 보내는 경우가 생긴다. 그리고 진짜 자기 공부 열심히 하는 학생들은 수업 몇 시간 듣는다고 해서 점수에 변화가 생기지는 않는다.

오르면 올랐지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듣고 그것을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한 선생님들과 가깝게 지내는 것이 좋다! 간혹 남들과 달리(의도적인 차별은 아니지만) 팁을 주시기도 하고, 좋은 말씀 한 마디라도 더 해주시기 때문이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생활하면서 ‘이것만은 내가 남들보다 먼저, 내가 우위다’ 싶은 것을 하나쯤 만드는 것이 좋다. 스스로 동기부여가 될 만한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뭐든지 철저히 처절하게 해야 함도 잊으면 안 된다.

뚜렷한 목표가 있고 무엇보다 이곳에 스스로 결박할 것이라면 죽지 않을 만큼만 쉬고 죽을 만큼 공부하는 것이 나에게 더 득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생활을 통해 훗날 얻는 것들이 더 많을 것이므로 확신을 갖고 끝까지 노력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 특히 자신을 위해 바람직하겠다.

나태해지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아서 성공을 맛보길... 독기가 무엇인지 보여주길... 작년에 이루어 내지 못한 목표를 이번만큼은 꼭 이루어 내길 바란다.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