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은준아 잘 지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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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이모 |
| 내용 | 안녕 은준아 2월 말에 집에 와서 푹 잘 쉬었니? 친구들이랑 얼굴 보고 또 집에서 가족들 보고 쉬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서 이모가 따로 연락은 안 했어. 잘 쉬다 갔니? 건강 챙겨라. 은준아. 잠도 충분히 자고. 이모도 고3 지나봤지만 지금 생각해도 잠을 충분히 자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았어. 잠을 줄이고 공부를 해도 다음 날 되면 또 꾸벅 졸기도 하고 안 좋은 체력 사이클이 반복되는 건 좋지 않으니까. 공부가 좀 안 되는 날은 책 덮고 방 치우기나 좋아하는 책을 잠시 읽으면서 마음도 다스려봐. 이모가 최근에 읽은 책 중에 두 권이 모두 포로수용소에서 지내면서도 자기 꿈을 인간다움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였어. 한 명은 중국인 피아니스트. 아주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60 70년대 중국에서 마오 주석의 문화대혁명 시기에 홍위병(마오쩌둥을 지지하는 학생들이 그 반대파에게 폭력 살인 파괴 등을 일삼은 집단)이 난리를 치는 바람에 학교 안의 모든 책 악보는 불타고 선생님들도 사상이 불순하다가 마구 심문과 폭력을 행해서 학교에서 피아노를 배울 수 없었던 청소년기를 보냈단다. 이 주인공의 이름은 쥬샤오메이. 샤오메이는 부모님의 계급이 불순하다고 중국 공산당 정부에서 판단해서 온 가족이 다 뿔뿔이 흩어져서 다른 수용소로 가서 재교육이라는 그야말로 종일 노동하고 큰 창고 같은데서 사람들과 함께 몇 년을 보내게 된단다. 샤오메이도 청소년기 근 5년을 집에서 멀리 떨어진 수용소에서 지내게 돼. 피아노는 꿈도 못 꾸고 공부도 할 수 없고 책도 금지 오직 육체 노동과 마오쩌둥을 찬양하고 그에 반하는 사람들을 고발하는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지내게 돼. 그런데 그렇게 몇 년을 보내다가 우연히 악기를 다시 한번 만지게 되는데 자기가 잊고 있던 음악이 자기를 다시 살게 하는 걸 느끼고는 몰래 몰래 마음 맞는 음악 친구들과 포로 소용소 안에서도 음악 연습을 하게 돼. 거의 불가능할 것 같았지만 어머니에게 부탁해서 집에 있던 피아노를 이불로 꽁꽁 싸서 피아노인지 모르게(그 시대에는 피아노를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죽음을 당할 수 있을 만큼 비인간적이었단다. 불순한 계급이라고) 기차에 실어서 자기가 있는 수용소 근처 역으로 배달을 시켜. 수용소 근처 친절한 이웃 집에 두고는 매일 밤 피아노를 연습하러 나갔단다. 급기에 피아노를 수용소 안으로 들이게 되는데 감독관에게 정부 친화적인 노래를 연습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지. 샤오메이와 그 친구들은 이제 수용소 안에서 베토벤 모짜르트 등을 연습했단다( 그 시대에는 그런 서양 음악가의 곡을 연주하는 것도 불법이었단다) 그렇게 악기를 연습한 이유는 자기가 누구인지 잊지 않기 위해서 인간으로서 살아남기 위해서였어. 다른 한 책의 저자는 폴란드인인데 2차 세계대전때 소련 포로로 잡혀서 역시 포로수용소에 있었어. 거기서도 노동외에는 허락된 것이 없는데 "우린는 1939년 10월 부터 1940년 봄까지 하리코프 근처 10-15 헥타르에 이르는 스타로벨스크 포로수용소에 수용되어 있던 폴란드 장교들이었다. 우리는 지적 노동을 해서라도 무너지지 않아야 했다. 우리를 잠식하는 쇠약과 불안을 극복하고 뇌에 녹이 스는 것을 막아야 했다. 그리하여 우리 중 몇 사람이 군사학과 역사학 문학 강의를 시작했다. 수용소에서도 그저 잠만 자고 시키는 강제 노동만 하는 존재로 살지 않으려고 그 안에서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 서로서로에게 가르침을 주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어. 요즘 읽고 있는 책 이야기를 한번 해봤어. 은준아 공부도 중요하지만 건강 잘 챙겨라. 잘 먹고 몸도 움직이고 그리고 자신의 마음도 잘 챙겨보아라. 안녕. 래이 이모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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